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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젠트리피케이션 시리즈(4):둥지 몰러 나간다? 'O리단길'에 드리운 그림자 - 젠트리피케이션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최종 수정일: 2019년 10월 23일

오마이뉴스에서 발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3393


By Shinwon Kyung

내가 서울로 돌아온 2016년 늦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우리 사회의 이슈는 바로 '젠트리피케이션'이었다. 

임대료를 둘러싼 건물주와 세입자 간의 갈등 문제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학술용어로 설명되기 시작한 건 2010년 홍대 앞에 위치한 칼국수집 두리반의 강제 철거 사건에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부터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현실은 두리반 사건처럼 '젠틀'하지 못하다. 2016년 국립국어원은 젠트리피케이션을 대신하는 순우리말로 '둥지 내몰림'을 제안하였다. 둥지 내몰림은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진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된 용어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쇠퇴한 지역에 기존 주민보다 부유한 계층의 유입으로 인하여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침체하였던 지역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활기가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다만 이 과정 중 나타나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한 '원주민의 비자발적인 이주'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의 힘을 견제할 수 있는 정부의 간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경제적인 약자는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시장의 폭력에 휘둘리게 된다. 따라서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렇다면 젠트리피케이션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1964년 루스 글라스는 노동자 계층이 모여 살던 도심지에 중산 계층의 진입으로 나타난 주택시장과 사회계층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원인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이론이 있어 왔다. 가장 대표적인 이론은 경제적인 변화과정에 초점을 맞춘 공급 측면 이론(production-side theory)과 사회적인 변화과정에 초점을 맞춘 소비 측면 이론(consumption-side theory)이 있다.

공급 측면 이론

공급 측면 이론의 가장 대표적인 학자는 닐 스미스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자본의 유입과 이로 인해 생산되는 도시공간의 변화과정, 즉 도시공간의 재구성화을 설명했다. 닐 스미스는 도시근교화로 인해 나타나는 임대료 격차를 젠트리피케이션의 주된 발생원인으로 보았다. 도시근교화는 보다 많은 이윤 창출과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하여 기업과 도시민들이 도심에서 지가가 저렴한 근교로 이동하면서 일어난다. 이러한 도심 공동화 현상은 도심의 지가를 떨어뜨리고 쇠퇴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임대료가 현저하게 낮아지게 된다. 

닐 스미스가 주장하는 임대료 격차는 도시근교화로 인해 현저하게 낮아진 지가와 임대료가 주거환경의 개선을 통하여 본래의 가치를 회복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임대료 격차 이론은 젠트리피케이션이 경제 과정을 통해 도시공간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설명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기초가 된다. 임대료 격차가 충분히 벌어졌을 때, 도심의 저평가된 지역에 이윤을 창출하려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건물주, 투자자의 관심이 증대하게 된다. 상승한 임대료를 낼 경제적 능력이 있는 새로운 임차인을 위한 재개발 사업이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임대료 격차의 전개는 도시공간의 재구성화와 젠트리피케이션을 창출할 기회가 된다.

소비 측면 이론

소비 측면 이론은 후기 산업사회에서 새롭게 등장한 중산계층 젠트리파이어들이 사회 문화적인 특징과 젠트리피케이션 동인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인문지리학자인 데이비드 레이는 엄청난 규모의 소비능력을 지닌 새로운 중산계층의 인구통계학적과 소비패턴의 변화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1960~1970년대의 서구사회는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변혁의 시기였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문화 운동은 미국의 흑인 민권운동, 베트남 반전운동, 여성의 페미니스트 운동, 동물실험 반대 운동 등과 같은 전통적인 권위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해석이 발전된 시기였다. 

자유분방한 생활방식을 추구하는 보헤미아니즘이 도래했으며, 기성의 사회통념이나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고 인간성의 회복과 자연으로의 귀의 등을 주장하는 히피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생활양식을 출현할 수 있게 하였다. 변화과정 중 등장한 새로운 중산계층은 도시 근교에서의 생활보다 도심 속 '스타일 있는 삶'을 추구하였다. 도심의 오래된 지역의 역사성과 건축물이 지닌 미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젠트리피케이션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되었다.


1960년대 젠트리피케이션이 활발히 일어났던 런던 이즐링턴(Islington) 카페거리

한국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주거지역의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의 발생원인과 전개 과정은 공급 측면 이론이나 소비 측면 이론 중 어느 한 가지로 설명되기 어렵다. 2015년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 속 상업공간 젠트리피케이션의 특성 및 피해 과정을 살펴보면, 위의 두 이론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 단계: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강북의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공방, 갤러리 등이 생겨난다. 공간들을 따라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나 레스토랑 등의 상업 시설이 들어선다.

2 단계: 오래된 골목길의 상점들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유동인구가 급증하게 되고 대형 개발업자들이 진입하기 시작한다.

3 단계: 부동산 투자가 급증하게 되고 부동산 가격 및 임대료가 상승하게 됨에 따라 오랫동안 골목길을 지켰던 영세상인과 원주민 그리고 낡고 좁은 골목길을 핫플레이스로 변화시켰던 예술가들이 쫓겨나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초기는 소비 측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1단계에서는 새로운 문화와 가치관을 가진 소수의 선구적 젠트리파이어들이 강북의 낡은 주택을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오래된 골목길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골목길이 남과 다른 소비생활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의 관심을 끌게 되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 핫플레이스로 알려지게 된다. 오래된 골목길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 때 나타나는 부동산 개발업자의 진입은 공급 측면 이론의 임대료 격차 이론으로 설명된다. 임대료의 격차가 충분히 벌어지면 원주민과 영세상인 뿐 아니라 선구적 젠트리파이어들은 이윤을 창출하려는 투자자들에 의해 비자발적 이주를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젠트리피케이션은 서구도시에서 주로 발견되는 주거지역의 고급화 현상이 아니라 주거시설이 카페나 레스토랑, 부티크 등의 상업 시설로 건축물의 용도가 바뀌는 현상이 대부분이다. 1990년대 중반 홍대에서 시작된 주거지역의 상업화 현상은 2000년대 중반 급속하게 증가하여 이태원, 연남동, 연희동, 부암동, 성수동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주거지역의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걸까?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의 저자 이지웅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을 수요요인, 투자요인, 문화요인, 정책요인 등 총 네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였다. 

첫 번째, 수요요인은 1990년대 말 발생한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 사회에 나타난 대규모의 정리해고와 고용 축소로 인한 자영업자의 증가이다. 

두 번째, 투자요인은 2000년대 말 발생한 글로벌 경제위기로 서울의 뉴타운 정책이 실패하면서 구도심의 상가건물로 유휴자본을 집중시켰고, 상가건물의 수익성이 증가함에 따라 상가건물에 대한 투자가 지속하고 있다.

세 번째 문화요인은 청년 창업자들의 세련된 취향이 반영된 구도심의 오래된 골목길의 독특한 상점들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도시재생 정책은 도심의 관광지화를 촉진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유도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거지역 젠트리피케이션은 주로 대규모의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였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은 중산층을 위한 주택공급의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저소득층은 주거복지 정책의 부재와 개발사업의 이익이 우선시 되던 한국 사회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서구사회처럼 중산 계층이 노동자 계층의 주거지역 내 가치가 있는 오래된 건축물들을 예전의 모습으로 재현시켜 사회적, 경제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여지는 많지 않다.

반면에 강북의 낡은 주택들을 상업 시설로 개조하는 일은 개개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경제적 자본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에게 단독주택 혹은 다세대 주택의 1층이나 반지하처럼 임대료가 저렴한 곳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에 아주 적절한 장소이다. 이태원이나 연남동, 성수동의 골목길에 위치한 핫플레이스들을 찾아가 보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개조한 곳들이다.


이태원 골목길의 다세대주택 1층을 개조한 식당

젠트리피케이션, 밀레니얼의 소비행태와 연관   

우리나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주거지역의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도시를 점점 더 소비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이 갖는 취약점은 오늘날 최대 소비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의 소비행태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북의 낡고 좁은 골목길을 핫플레이스로 변화시킨 이들은 누구보다 앞서 있는 문화소비 집단이다. 밀레니얼의 등장으로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에 즐거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획일적이었던 도시공간이 좀 더 풍요롭고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남과 다른,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새로운 소비계층의 니즈에 따라 도시공간이 일회용품처럼 소모될 위험이 있다. 소설가 김사과는 "최신 유행의 자본주의를 소비하는 젋은 힙스터들은 삶의 모든 영역을 소비자로서 대한다. 즉, 자신을 표현해줄 '힙'한 품목을 마치 백화점의 구매 담당자처럼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모으는데 삶을 소비한다"며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된 순간 깜짝 놀라 도망치듯이 다음 품목으로 옮겨간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핫플레이스들은 홍대에서 연남동, 상수동으로, 이태원의 중심에서 경리단길, 해방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이 전적으로 임대료 상승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핫플레이스의 빠른 이동은 새롭게 뜨는 골목길의 핫플레이스를 찾아 헤매는, 도시공간을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밀레니얼의 소비행태에 기인한다.

<참고문헌> 김사과(2011), "홍대 앞 좀먹은 힙스터들, 다음 타깃은 이태원?" 프레시안 이기웅(2019),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도시는 가능한가?" 중앙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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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발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558177 By Shinwon Kyung 영세상인과 원주민, 그리고 낡고 좁은 골목길을 트렌디한 핫플레이스로 변화시켰던 예술가들의 퇴출 등과 같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정적인 결과들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시킬 수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