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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젠트리피케이션 시리즈(5):경리단길 메우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

오마이뉴스에서 발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51727

By Shinwon Kyung


한때 경리단길의 성공신화는 전국적으로 퍼져갔다. 경리단길은 2010년 무렵부터 이태원의 주된 상권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임대료를 찾아 해외에서 활동하던 유학파 셰프들이 식당을 시작한 곳으로, 식당의 독특한 인테리어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메뉴들로 금세 유명해졌다. 인기 연예인들도 이곳에 식당을 오픈하면서 경리단길은 SNS에서 가장 핫한 장소가 되었다. 서울시의 연리단길, 망리단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경주시의 황리단길, 부산시의 해리단길과 같은 경리단길을 모방한 거리가 형성됐다. 

경리단길이라는 이름은 경리단길의 초입에 위치한 육군 중앙경리단(현재 국군 재정관리단)에서 비롯됐다. 경리단길은 2차로 차도를 사이에 두고 하얏트호텔 입구까지 양측으로 개성 넘치는 펍 스타일의 술집이나 카페들이 즐비하게 들어섰다. 초입부터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면 서울 시내와 남산이 한눈에 들어와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사람들로 넘쳐나던 곳이었다. 2017년(10월 기준)까지만 하더라도 일평균 유동인구가 9,600명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인 2018년부터 경리단길은 '신흥 골목상권의 잔혹사'로 소개되고 있다. 주중에도 경리단길을 제법 오가던 사람들이 이제 주말에도 잘 눈에 띄지 않게 되었다. 경리단길의 2차로 차도를 사이에 두고 형성된 중심 상권에도 임차인을 구하는 임대 문의가 붙은 빈 점포들만 남아있는 텅 빈 거리가 되어버렸다. 

토요일 저녁에도 텅 빈 경리단길의 모습

경리단길의 임차인을 구하는 임대문의가 붙은 빈 점포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상권의 이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권은 지역 환경과 소비패턴 그리고 경제 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서울의 골목길 상권 이동이 점점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상권의 이동이 상권의 확장이 아니라 기존의 상권을 정체시키고 쇠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태원의 경우 이태원 1동에서 경리단길로, 그리고 해방촌에서 후암동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중소기업 연구원의 보고서(2019)에 따르면 골목길 상권의 성장 초기에는 적정 인프라와 서비스 공급으로 상권이 성장하지만 이 과정에서 과다한 경쟁, 임대료 상승, 그로 인한 폐업과 환경 악화와 같은 여러 형태의 문제가 발생해 상권이 정체하고 쇠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권의 이동과 관련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임대료 상승이다. 한국감정원에서 제공하는 임대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동의 임대료는 중대형 상가의 경우 2005년 1평당(3.3 sq meter) 8만 3000원에서 2010년 12만 8000원으로 증가했고, 2018년 15만 5000원으로 증가했다. 소규모 상가의 임대료와 관련해서는 2015년부터 데이터가 제공되는데, 2015년 평당 9만 9000원에서 2018년 15만 원으로 증가했다. 중대형 상가의 경우에는 2015년 이후 상승폭이 큰 변화 없이 15만 원대를 유지하는 반면 소규모 상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태원동의 연도별, 규모별 임대료 변화: 2005-2018

이태원의 오래된 골목길을 활기 넘치도록 변화시킨 새로운 소상공인들이 이태원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이태원만이 갖고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도 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임대료 때문이었다. 새로운 소상공인들은 제한된 경제적 자본으로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2015년 이후 소규모 상가에서 나타나는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은 이들에게 더 이상 사업을 지속할 수 없도록 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영국과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발견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의 단계를 살펴보면, 임대료 상승은 새로운 소상공인들과 같은 선구적 젠트리파이어들의 비자발적인 이주와 대규모의 자본가 혹은 대형 개발업자들의 진입으로 인한 슈퍼 젠트리피케이션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이태원의 경리단길을 포함한 강북의 뜨는 혹은 떴던 골목상권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사항은 새로운 소상공인들이 그들이 창조한 공간의 상승된 가치로 인하여 비자발적인 이주가 이루어지지만, 그 이후의 대규모 자본에 의한 슈퍼 젠트리피케이션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골목길의 상권은 상승된 임대료와 함께 한동안 정체되었다가 급격하게 쇠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강북의 골목상권을 이끌었던 삼청동에서부터 시작됐다. 삼청동은 북촌, 인사동과 함께 강북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로 꼽혀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하지만 삼청동이 유명세를 타면서 상가 임대료가 폭등했다. 한류 바람과 함께 급증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급감하면서 매출이 감소하자 과도한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떠나기 시작하면서 삼청동 상권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2018년 삼청동의 공실률은 17%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청동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자 이곳에 건물을 구입한 임대인들도 위기를 겪고 있다. 공실이 1년 이상 지속되자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떨어뜨리기 시작했으나 임차인을 구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한번 침체되었던 상권을 다시 살리는 일은 처음 상권을 형성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최근에는 경리단길의 쇠퇴에 이어 경의선 숲길 조성으로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던 연남동의 연리단길과 망원동의 망리단길에도 경리단길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상권의 쇠퇴는 상가의 공실률로 이어진다.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급격하게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임차인들은 어쩔 수 없이 폐업을 한다. 이와 함께 상가의 공실률 또한 증가하게 된다. 상가의 공실률과 관련한 데이터는 중대형 상가와 관련해서만 찾을 수 있는데, 이태원동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02년 8.7%에서 2005년 6.5%로 감소했다가 2007년 13.9%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그리고 2010년 7.65%로 증가하다가 2011년 4.2%로 크게 감소했지만, 2015년 다시 9.6%로 증가하기 시작해 2018년에는 21.8%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태원동의 공실률은 전국 평균 공실률인 10.62%의 두 배, 서울의 평균 공실률 7.25%의 세 배 이상이다. 


이태원동의 중대형 상가 연도별 공실률 변화: 2002-2018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우리 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를 이용해 경리단길의 양식당과 카페의 생존율을 살펴보았다. 

먼저 양식당의 경우 경리단길에서의 1년 생존율은 2017년 92%에서 점점 감소해 2019년에는 67%로 나타났다. 이는 경리단길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소상공인들 가운데 약 35% 정도가 1년도 채 버티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3년 생존율은 2017년 67%에서 2018년 14%로 감소했다가 2019년 58%로 증가했다. 그리고 5년 생존율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0%였다가 2019년 33%로 급증했다. 비록 경리단길에서의 3년과 5년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1년 생존율이 2017년 대비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경리단길에서의 상권이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보여준다. 

경리단길이 속한 이태원2동의 상황은 조금 나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태원2동의 1년 생존율은 2017년 82%에서 2018년 62%로 감소했다가 2019년 다시 80%로 상승했다. 그리고 동기간 3년 생존율은 41%에서 19%로 감소했다가 49%로 상승한 반면 5년 생존율은 33%에서 47%로 상승했다가 18%로 감소했다.


경리단길, 이태원2동, 용산구, 서울시의 양식당 시기별 생존율

카페의 경우, 경리단길에서의 1년 생존율은 2017년 60%에서 2018년 100%로 증가했다가 2019년 67%로 감소했다. 반면 3년 생존율은 2017년 67%에서 2018년 0%로 급속하게 감소했다가 2019년 60%로 증가했다. 그리고 5년 생존율은 2017년 33%였다가 2018년 100%로 급증했다가 다시 2019년 33%로 급감했다.

경리단길이 속한 이태원 2동은 1년 생존율이 2017년 58%에서 2018년 61%로 소폭 상승했다가 2019년 다시 79%로 상승했다. 동기간 동안 3년 생존율은 67%에서 8%로 급감했다가 53%로 상승한 반면, 5년 생존율은 44%에서 25%로 감소했다가 44%로 다시 증가했다. 


경리단길, 이태원 2동, 용산구, 서울시의 카페 시기별 생존율

양식당과 카페를 비교하였을 때 2017년에는 경리단길에서 양식당의 생존율이 카페의 생존율보다 높았으나, 2018년에는 카페의 1년과 5년 생존율이 양식당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2019년에는 양식당과 카페의 생존율이 비슷하게 나타나 1년의 생존율이 모두 70% 미만, 3년의 생존율도 60%이다. 5년을 생존하는 양식당과 카페의 비율은 40% 미만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의 5년 생존율(약 20%)과 비교할 때, 경리단길이나 이태원 2동의 생존율은 아직까지 매우 높은 편이다. 

생존율이 40% 미만이라고 해서 폐업신고를 한 나머지 60%의 사업자들이 모두 망했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폐업을 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1인 사업장이 대부분인 소상공인의 경우, 개인적인 이유로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경리단길이 핫플레이스로 알려져 이곳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매출이 높지 않아 다른 핫플레이스로 옮길 수도 있다.

그리고 사업은 어느 정도 되지만 매출 대비 임대료가 과도하게 비싼 경우 사업을 접고 임대료가 좀 더 저렴한 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골목길 상권이다. 삼청동의 경험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골목길 상권이 한번 침체되면 이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리단길의 공실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진다면, 경리단길도 삼청동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강남 개발로 외면받던 강북의 후미지고 좁은 골목길들에 나타난 즐거운 변화가 오히려 더 비참한 결과를 낳게 될지 모른다.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들이 또다시 쇠퇴될 위기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비참한 결과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과도한 임대료를 부과하는 '욕심 많은' 건물주를 비난한다. 그렇지만 이 비참한 결과의 원인이 과연 전적으로 '조물주보다 더 위에 있다는 건물주'에게만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건물주는 어떻게 조물주보다 더 위에 있을 수 있는 걸까? 이들이 자본주의 논리에 의한 시장의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폭력에 우리가 침묵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침묵하는 이유는 부동산에 대한 우리 사회의 뜨거운 열망 때문이다. 우리는 건물주를 욕하면서도 내심 이들이 소유한 부동산을 부러워하며, 건물주가 되기를 꿈꾼다. 이른바 '성공적인 재테크'라는 명목으로. 거의 제로에 가까운 예금이자를 보며, 역시 '그것 [건. 물. 주]'만이 답이라는 데 공감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적 장소인 '테이크아웃 드로잉'을 다룬 영화 <젠틀맨은 없다>의 정용택 감독은 건물주를 비난하면서도 그들이 소유한 부동산을 부러워하는 우리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지적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경제적인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미비한 것은 실은 경제적인 약자를 보호하려는 마음보다 경제적인 강자를 지지하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 아닐까?

또 다른 원인으로 소비 패턴의 급속한 변화를 들 수 있다. 소비 패턴의 변화는 상권 이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누구보다 앞선 문화소비 집단이며, 우리 사회의 최대 소비계층인 밀레니얼은 이태원의 골목길뿐 아니라 서울의 도시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어떤 세대들보다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은 강북의 오래된 골목길에 그들만의 독특한 취향을 반영한 공간들을 창조하고 소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변화된 공간들이 점점 더 빠르게 쇠퇴하고 소멸되어 가고 있다. 서울의 골목길들이 누구보다 앞서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남들과 다르고 싶은 우리의 욕망으로 인해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처럼 소모되고 있다. 

2019년 오늘의 서울은 압축성장, 고성장이 아니라 저성장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부동산에 대한 우리의 열망이 아무리 크다고 하더라도, 임대료를 낼 임차인이 없는 한, 조물주 위의 건물주는 은행이자만 까먹는 처치 곤란한 시멘트 덩어리를 끌어안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서로 북돋우며 다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생의 시기다.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이 우리의 욕심과 변덕으로 원주민과 소상공인이 내몰리고 골목길이 버려지고 황폐해지기 전에, 낡고 좁은 골목길에 나타난 재미난 변화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이자 하버드 대학의 교수인 마틴 와이츠먼(Martin Weizman)교수는 1980년대 미국 경제의 스테크네이션(stagnation): 장기간의 저조한 경제성장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유경제의 개념을 처음으로 이야기하였다. 저성장시대의 포스트 밀레니얼 세대가 살아 갈 서울의 미래의 모습 또한 자신의 소유를 남과 공유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선한 개발'이나 '참한 도시'와 같은 도덕적인 로망에 사로잡힌 이야기가 아니다. 나와 너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아닌, '우리'의 유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모든 골목길이 핫할 필요는 없다. 내가 익숙하고 편안한 그 골목길이, 그 가게가 오랫동안 존재할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기다려주고 애정을 가져주는 건 어떨까? 우리가 진심으로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에 '100년 가게'의 꿈을 꾸고 있다면 말이다.

다행히 사회 곳곳에서 둥지 내몰림을 방지할 수 있는 '상생협약'과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공생할 수 있는 '제로 페이'와 같은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임차인과 임대인이 함께하는 모임들도 만들어지고 있다.

경리단길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던 연예인이 경리단길 살리기에 나서고 있고, 공공기관은 임대료 걱정 없이 장사할 수 있는 안심상가를 만들고 있다. 물론 아직은 서툴고 젠트리피케이션의 부작용을 방지하기엔 벅차다. 그렇지만 함께 하는 우리의 노력이 지속되는 한, 서울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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